Bad girl




정말 우연히, 오랜만에 이효리의 "Bad girl"이란 뮤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전에 볼때는 그냥 멋있다, 화려하다, 역시 이효리다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1차원적으로 봤었는데, 최근 에세이 때문에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에 대해 관심이 생겨지고 있어서일까, 이제와서 다시 본 bad girl 뮤비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뮤비에서 대놓고 보이는것이 아닌, 곳곳에 숨어있던 페미니즘 요소가 눈에 보였다랄까. 일단 이 노래는 가사부터가 기존의 통념적인 여성상을 거부한다. 남들의 시선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완벽하면서도 요구하는게 많은 천사같은 여주인공같은 여성상을 거부하고 욕심이 많으며, 지는게 죽는것보다 싫지만 거부할수 없는 묘한 매력있고, 독설을 날려도 괜찮고, 알면서 모른척하지않는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끌리는 그런 소위말해 '나쁜 여자'를 추구한다. 이 나쁜 여자는 못참겠다며 착하게 사는것보다 차라리 나쁘게 사는걸 선택하고, 그동안 자신을 만만하게 봐왔던 사람들에게 조심하라며 경고를 날린다. 그렇다면 그녀가 추구하고 주장하며, 말하고 있는 여자는 과연 진짜 나쁜 여자인걸까. 만약 정말로 이런 여성상이 나쁜 여자라면, 왜 우리는 이런 여자한테 이상하게 매력을 느끼고 자꾸만 끌리는걸까. 이는 아마도 그녀가 남성 중심적인 시선으로부터 만들어진 여성의 모습이 아닌, 사회나 남들의 시선이나 통념을 벗어난 그저 하나의 당당한 인격이자 한 사람의 여성상을 말하기 때문일거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그녀는 어떻게보면 요즘 핫한 소위 말하는 페미니스트라고 볼 수 있다. 최근들어 페미니즘이 우리나라에서 말이 많아지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논란이 되고 있는 페미니즘은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과 조금 벗어난, 변질된 페미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짧은 지식에 따르면, 진짜 페미니즘의 목표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니까 남성들이 양보해라 혹은 남성의 권리를 빼앗고 누르며 여성의 권리를 되찾겠다가 아닌, 여성 그 자체를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약자가 아닌, 인간으로써 남성과 동등히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남성에게 뭔가를 딱히 요구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남성들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으며, 여자와 남자를 동등한 선에서 대하려 노력하며, 여자들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들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Bad girl 뮤비 속에서 그녀는 자신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당당히 행동하고 주장한다. 자신을 괴롭히고 희롱하는 남성들을 당당히 벌주고, 그들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녀가 벌하고 저항하는 상대는 오직 남성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고 떠올리는 여성의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저항하고 실컷 조롱한다. 즉, 남자, 여자와 관련된 성적인 요소들을 떠나 그냥 여성을 향해 사회적 통념과 옭아매는 시선, 선입견에 대해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Even if wear so sexy, you can't touch me", 시위중인 피켓에 적혀있는 이 한 문구가 아마 다른 뜻들을 다 포괄하는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touch란 단순히 '만진다'라는 뜻도 있겠지만, '간섭하지 말라'는 뜻도 있는게 아닌가 싶다. 즉, 단순히 여성들을 성적대상으로 보는 남자들에 대한 경고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에도 경고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주장은 단순히 현실의 여성상을 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그녀는 비폭력, 동물 보호, 모피 반대, 전쟁 반대 등 여성인권과 동시에 소외된 다른 권리들을 보호를 외친다. 진정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자들은 여성의 인권에서 끝나지 않고, 그동안 남성이나 사회에 의해 배제되어온 사회적약자들의 인권 역시 같이 주장하고 외친다. 즉 그녀는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 역시 대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의 통념에 저항하는 것인만큼,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bad라는 딱지가 붙었고 사회의 공권을 상징하는 경찰이 그녀를 잡으러 출동했다. 결국 뮤비 끝에서 그녀는 경찰에게 잡히지만 그녀는 끝까지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bad girl"이라는 피켓을 들고 당당히 카메라에 혀를 내민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뮤비를 다 보고나서 나는 여태껏 내가 깨닫지 못했던 요소들에 대해 놀라면서도, 이런걸 이제야 뒤늦게 깨달은 둔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아직 페미니즘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너럴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4년전, 이런식으로 당당한 신여성상을 주장하고 제공한 그녀가 대단하다 생각될 뿐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여성상이 만약 정말 사회적으로 bad하다면, 나 역시 good girl 보다는 bad girl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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