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꼽히는 니스. 인터넷으로 사진도 보고, 그 전에 들은것도 많아서 출발 전부터 기대는 많이 하고 있었지만 도착 후 직접 두 눈으로 본 니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중해 바다의 푸른 에메랄드빛 색은 굉장히 맑고 투명했는데, 해변가로 올때는 맑은 쪽빛이다가 수심이 깊어질수록 색이 짙어지는 모습이 너무 절경이었다. 진짜 카메라에 다 안담기는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서 내 눈이 카메라, 캠코더 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바닷물이 햇빛을 반사시켜 반짝거리는것이 무슨 아주 커다란 보석을 보는 기분이었다. 왜들 지중해 바다, 특히 니스가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제대로 이해되고 공감되었던 순간. 또 좋았던점이 우리가 갔을때가 비성수기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 원래 니스가면 해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공간도 없다는데, 내가 갔을 때는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딱 적당했던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5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걸 신기해 여겨야 하는건가. 게다가 니스 여행에서는 날씨가 정말 한몫했었다. 딱 하루 흐린날을 제외하고는 다른날에는 너무 눈이부셔서 인상을 절로 팍 쓰고 다닐만큼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아무때나 막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자동 생성이 되더라.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남녀 혼용 8인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알게된 일본인 친구와 함께 밤마실을 나왔었다. 밤의 니스는 시원했고 낮과는 다르게 고요했으나 밝고 환하고 안전했다. 특히나 해변가는 수많은 가로등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으며, 큰 호텔들이 즐비해있어 밤에 돌아다니는데도 안전하다고 느꼈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우리가 이곳 슈퍼같은 곳들이 일찍 닫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맥주를 미리 못사놨다는 것. 보고 있으면 맥주가 술술 들어갈 것 같은 경치인데,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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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라는 여정중, 우리는 이틀을 니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첫날, 그리고 네번째날. 첫날은 니스 구경을 했고, 넷째날은 니스 바다에서 하루종일을 보내기로 한것이다. 여기까지왔는데 지중해 바다에 한번 빠져야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문제는 내가 애초에 영국에서 옷을 별로 못들고 오는 바람에 여벌옷이 없어서 결국 근처 상점에서 한번 입고 버릴 수 있을만한 싼 옷 아무거나 구매했다. 흑. 옷 사는김에 샌들이랑 돗자리도 하나 사서 아예 피크닉 기분을 냈다. 그리고 대망의 니스 바다에 입수!!! 그리고 그토록 기대했던 니스의 바다는....... 짰다. 바다니까 짠건 당연한데 뭐랄까. 한국바다보다 더 짰다... 그리고 생각보다 차가웠다. 5월 초라서 조금은 따뜻할줄 알았는데 정말 차가웠다.....어쩐지 해변가에 사람은 많은데 들어가는 사람은 없더라니.... 그 넓은 바다에서 우리 둘만 들어가서 꺅꺅거렸다. 그리고 파도가 정말 강했다. 강했다 해야하나. 여튼 몸을 가누질 못하고 파도따라 휘청일 정도로 파도가 셌다. 얼마나 센지 나랑 친구랑 이제 나가자 하고 나가려는데 자갈을 잘못밟아 휘청거려 넘어졌고 우리는 그대로 다시 바다로 빨려들어갔었다. 그러고 파도를 따라 해변가로 밀렸다가 다시 끌려내려갔다가를 반복했다. 파도에 몸을 맡긴체 밀렸다 밀려났다하는 그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친구랑 둘다 실성한 사람들 마냥 웃어재꼈다. 그러고 나와서 돗자리에 앉아 옆의 자갈들가지고 공기놀이 했음ㅋㅋㅋ 정말 몇십년만에 하는 공기라 손이 다 굳어버렸다. 그래서 친구한테 손목 오질나게 맞았다.... 그러고나서 옷 말릴겸 썬텐. 근데 얼굴을 덮고 누워있으니 얼마나 잠이 잘오던지. 결국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푹 숙면했다ㅋㅋㅋㅋㅋ 게다가 자고 일어나니 햇살이 진짜 강해서 옷이 금방 말라 있더라. 문제는 살도 같이 타버렸다는 거지만.
여튼, 옷도 다 말랐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다시 바로 바다로 나왔다. 이유는 우리의 니스 여행 버킷리스트 1순위였던 "해변가에서 석양보며 와인마시기"를 수행하기 위해!! 해변가에 도착하니 벌써 몇몇 무리들이 해변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각 한병씩 와인을 사서 아까 썼던 돗자리를 다시 펴서 해변가에 앉아 병나발을 부는데... 하.. 정말 여유로운것이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것이 휴양이지. 그렇게 친구와 말 없이 바닷가만 바라보고 있길 한창, 우리 옆에서 놀고 있던 대학생(으로 추정되는)무리들이 우리를 보고 계속 힐끔거리더니 갑자기 한 남자애가 와서 왜 병나발을 부냐고, 컵 필요하냐고 묻더니 컵을 주고 갔다. 우리는 "와, 잘생긴애가 맘도 착하네" 이러고 있었는데,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오빠가 유럽은 와인 병나발은 노숙자들이 하는거라면서 (확실하진 않음) 니네를 노숙자로 본거 아니냐고 개 비웃음. 헣허. 그럼 그렇지.
음식은 생각보다 별로 많이 먹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아주 그냥 사치란 사치를 부리며 다녔기 때문에 자금이 조금 부족했다랄까...;; 그래서 kfc에서 파는 2유로짜리 세트 먹으면서 다녔다. 근데 그 세트가 맛있었다. 유럽은 kfc도 맛있는 모양이다 헣허. 그래도 나름 피자도 먹고, 홍합탕도 먹고, 난도 먹고, 중국 음식도 먹고 잘 챙겨 먹고 다녔다. (근데 사진이 없네..;;;; ) 문제는 바셀에서 너무 왕처럼 먹고 다녀서 (하루 다섯끼 해산물 잔치+샹그리아 1리터) 상대적으로 못먹고 다닌것처럼 느껴졌다랄까....... 결국 여행 다 끝나고 영국 돌아갔는데 친구들이 기겁하더라. 한달사이에 살이 왜그렇게 많이 쪘냐고... 아마 내 생에 몸무게 최고치를 찍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날은 비행기 시간이 저녁이라 그전에 샤갈 미술관을 갔다가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같이 여행을 한 친구가 미술이나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 같은곳에 그림을 많이 보러 갔었다. 특히나 샤갈은 친구가 좋아하는 화가로 여행 전부터 여길 꼭 가자고 몇번 언급했었다. 다행히 숙소에서도 별로 안멀어서 걸어서 갔었는데, 샤갈 미술관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림이 예쁜게 많아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샤갈의 그림들이 내 취향에도 적합한,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들이 많아서 다 둘러보는데만 두시간이 걸렸다. 특히나 저 파란 원모양의 그림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따로 엽서까지 사 왔을 정도. 게다가 미술관이 그림에 맞춰서 전시를 참 예쁘게 잘 해놨었다. 한 켠에 있는 극장 같은 곳은 샤갈에 대한 그림을 상영해주다가 상영이 끝나면 암막이 촤르륵 걷히면서 샤갈의 그림이 전시된 창문이 나타나게 해놨다. 이런 화려한 연출을 보고 감탄을 지어냈었다. 니스에는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참 많았는데, 시간과 스케줄 상 다 둘러보지 못하고 온게 참 아쉽다. 또 가게 된다면 못가본 다른 미술관들을 꼭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