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NBURGH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에딘버러!!! 갈 기회는 많았는데, 뭔가 갈려고만 하면 일이 꼬이는 등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심지어 당장 당일날 아침에 여행이 취소가 되는 일도 있었으니.... 그래서 기회만 보고 있던 찰나, 글라스고에 갈 일이 생겼기에 그 참에 스코트랜드 뽕을 뽑자!!! 싶어 에딘버러도 가게 되었다. 에딘버러는 굉장히 작은 도시에다가, 어지간한 구경거리는 다 한곳에 모여있어 솔직히 당일치기면 다본다더라. 게다가 글라스고에서 만난 친구 역시 에딘버러는 반나절이면 다 본다라고 했기에 일요일날 혼자 코치타고 당일치기로 갔다오기로 했다.
글라스고 버스 스테이션에서 코치를 타는데, 나는 늘상 내가 타던 내셔널 익스프레스 코치를 예상하고 갔었는데, 처음보는 버스더라. 오히려 훨씬 좋고 편안했다ㅋㅋㅋ 개꿀ㅋㅋㅋ
처음 에딘버러 도착했을때는 구름이 잔뜩 껴서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제법 춥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글라스고보다 훨씬 따뜻했다. 에딘버러보다 글라스고가 더 추움....
버스 터미널 자체가 신시가지 근처라서 신시가지를 가볍게 둘러본 후, 먼저 밥을 먹고자 레스토랑을 찾았다. Elephant House라고, 해리포터 저자 로앤.k.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한 곳이라는 유명한 카페에서 스코트랜드 전통 음식 하기스를 먹기로 하고 그곳을 찾아갔는데,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줄을 한참 서야 할 정도. 게다가 어찌하여 차례가 되어 테이블을 배정받았는데, 혼자와서 그런건지 구석진 1인용 테이블에 주더라. 그래, 뭐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는거다. 손을 들고 있어봐도, 메뉴판을 손에 들고 있어봐도, 심지어 웨이터와 눈을 마주쳐도 생까고 가는거다. 가게 네에는 다른 중국인이나 아시아계통 사람들도 많았기에 인종차별은 아닌거 같고, 그냥 혼자 왔다고 좀 등한시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기분 나빠져서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빡침)

(아가... 표정 지못미.....ㅋㅋㅋ..ㅠㅠㅠ)
가게를 나오니 마침 날씨가 좋아져서 이때 빨리 Calton Hill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자 싶어 후다닥 칼튼힐로 향했다. 날씨 좋을때 칼튼힐에서 에딘버러 전경을 찍고 싶었기 때문에. 칼튼힐 가기전에 구시가지가 근처라 한번 둘러보고 갔다. 생각보다 작아서 당황했던... 에딘버러 성 옆에 있는 길로 통해서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을 지나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넘어왔다. 그 도중 에딘버러 역시 길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전부 에딘버러 전통 악기를 들고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던거랄까? 그중에서 한 소년이 버스킹 하는게 보여서 사진 찍었다. 수많은 버스커들을 봤지만 이렇게 어린 버스커는 처음이라 귀엽더라ㅋㅋ
칼튼힐은 생각보다는 훨씬 원만했다. 오히려 너무 낮아서 당황했더랄까. 뭔가 더 높을것만 같았는데..이게 다올라온건가? 싶더라. 그래도 칼튼힐을 한바퀴 돌며 찍은 에딘버러 전경은 너무 예뻤다. 칼튼힐에 있는 전망대에도 올라가고 싶었는데, 현금만 받더라.. 그래서 그냥 쿨하게 포기. 흑

칼튼힐에서 찍은 Arthur's seat. 이거 찍을때는 몰랐지..... 몇시간 후에 내가 여길 올라가게 될줄은..... 이거 찍을때만 해도 여기 올라갈 생각은 0.0000000001%도 없었다...

칼튼힐에서 내려와서는 구시가지쪽으로 다시 또 갔다. 그리고 에딘버러 성 안으로 들어갔는데, 입장료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쿨하게 포기하고 다시 나왔다ㅋㅋㅋㅋ 성이라면 이미 신물나게 봤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아서... 내가 보고 싶었던건 외관인데 이미 많이 봤다ㅋㅋㅋ

그러고나서 근처에 깡그리 모여있는 관광포인트들을 찾아 다녔다. 먼저 간곳이 Greyfrairs Bobby 동상이 있는곳. 일본에 하치가 있으면 영국에는 바비가 있다는, 유명한 강아지. 찾는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람들이 엄청 모여서 사진찍고 있음ㅋㅋㅋ
그러고나서 에딘버러 대학교까지 찍고, 에딘버러 국립 박물관 찍고, 또 다른 곳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유명한 포인트들을 다 찾아다녔다. (사진은 안찍었다. 귀찮아서...) 근데 생각외로 다들 한곳에 모여있어서 금방 찍더라. 세시간 정도 되니까 이제 갈곳이 없는거다. 하지만 버스 시간은 6시간 넘게 남았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바다를 갔다와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던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웅장한 높이의 Arthur's seat... 그리고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저길 올라가보자!!!!!!!!!!!!!!!'
Arthur's seat은 올라가는 입구가 시티센터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찾아가면서 골목골목 다니는 재미는 있더라. 그리고 도착한 Arthur's seat. 멀리서 봤을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너무 높더라........ 여길 내가 올라가야 한다니... 순간 혹하고 하지 말까? 싶었으나 이왕 여기까지 온거 올라가보자! 싶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람들이 올라가는걸 보니 생각보다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을것 같기는 개뿔이. 밑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경사지고 힘든 길이었다. 돌멩이들이 많아서 발밑도 조심해야하는데, 경사는 져있고.... 올라가면서 몇번이나 내려갈까? 그만둘까? 하는 유혹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땀흘리는거랑 등산이다... 진짜 등산은 14년 만에 처음이라.. 때려쳐?!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내 눈에 보인 이 풍경들을 보자 포기를 못하겠는거다 도저히. 거기다 조금 올라왔다고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때마다 달라지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고 달콤해서, '....아오씨..' 하며 궁시렁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행인건 등산할때 날씨가 굉장히 좋고 바람이 불어줘서 땀은 안흘리고 오히려 상쾌하게 오를 수 있었다는거. 거기다 경사진곳도 어느정도 올라가니 없어지고, 평지에 내리막길이 생겨서 '오? 할만한데??'하며 즐겁게 가는데....

넘사벽 높이의 길이 눈앞에 뙇!!!!!!!!!!!!!!!!!!!!!!!!!!!!!!! 저거 보자마자 "못해, 안해, 안가!!!!!" 싶더라ㅋㅋ.... 그래서 그냥 원래 내가 목표했던 곳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다. (원래는 저 주황색 표시해놓은 높은 곳이 진짜 Arthur's seat이다.) 저기는 도저히 못가겠다 싶었음..... 그래서 솔즈베리 쪽만 올라갔다왔다.
솔즈베리쪽도 풍경은 정말 끝내줬다. 꼭대기 올라가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좀 난감했지만, 그 외에는 다 좋았다. 오히려 여태까지 올라온게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랄까. 그래서 그 폭풍부는 언덕 꼭대기에서 한 십분동안 앉아서 에딘버러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려올때는 반대방향으로 내려왔는데, 바다 방향이었다. 바다 보면서 "됐어, 바다 실컷봤어. 브라이튼가서도 실컷 볼꺼야 이걸로 충분해. 집에 갈거야 이제" 라고 중얼거리며 내려왔다. 간만의 등산이라 다리가 욱신욱신 거리더라.
드디어 땅을 밟고나서, 내가 향한 곳은 The Conan Doyle이라는 펍 이었다. 엘리펀트 하우스에서 하기스를 먹기에 실패한 나는 다른 하기스 맛집을 수소문중이었는데, 마침 하기스 맛집인데다, 그 유명한 소설 셜록 홈즈의 저자인 코난 도일이 자고 나란 곳에 생긴 펍이라는 이곳에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긴거다. 안그래도 셜록 홈즈의 팬이었던 나는 더 생각할것도 없이 여기다!!!! 하고 목적지를 정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굉장히 맘에 들었었다. 영국의 흔한 펍 같으면서도 뭔가 셜록 홈즈 집 분위기도 나면서.. 뭔가 아늑한 분위기였다. 직원들도 엄청 친절해서 내가 들어가서 우물쭈물 있으니까 다정하게 테이블을 안내해주고 음식을 주문받아 줬다. 맥주도 어떤게 좋냐고 추천해달라니까 하기스랑 먹을거면 이게 더 나을거라고 친절하게 추천해줌!!! 드디어 먹는구나 하기스.... 기존 하기스 후기에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비린내가 심해서 먹기 불편했다는 말이 많은, 호불호가 되게 갈리는 음식이라던데, 오히려 내가 먹은 하기스는 완전 담백하고 맛있었다. 맛집이라더니 진짜 맛집 맛는가보구만. 맥주도 적당히 맛있어서 속으로 '성공이야~!~!' 쾌재를 부르며 느긋하게 여유를 즐겼다. 버스 시간을 당겼는데, 버스 터미널에서도 5분 거리라, 굉장히 여유있었다. 에딘버러 여행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

구시가지를 둘러보는데 울타리가 막 쳐져있고 그곳에 경찰이 쫙 깔려있는거다. 안그래도 최근에 유럽 및 영국에 테러가 빈번한 터라 뭔일 있나 싶어서 불안했는데, 알고봤더니 오늘이 시위날이더라. 나중에 다시 구시가지를 돌아디는데, "We do not surrender to terrorism" 이라는 슬로건을 든 사람들이 북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도시가지를 활보하고는 구시가지 중앙에 자리를 잡더라. 중간중간 백인이나 흑인도 있었지만 주로 히잡을 둘러쓴 중동인들이 많았다. 오오 희귀한 장면!! 싶어서 한동안 그 거리에 머물며 시위를 지켜보다 Arthur's seat으로 향했다.